이 사랑 통역되나요? 드라마 촬영지를 따라 떠나는 캘거리 셀프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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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scent Heights (Credit: Tourism Calgary/James Young)
좋아하는 드라마 속 장면을 실제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에는 예상치 못한 특별함이 있다. 특히 그곳이 내가 사는 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되나요?〉에서 주호진과 차무희의 뒤로 캘거리의 풍경이 펼쳐질 때, 익숙한 거리와 건물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배경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드라마의 캐나다 촬영분은 2024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캘거리와 그 주변 지역에서 촬영됐다. 캐나다 에피소드는 주인공들이 글로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알버타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이들의 여정 속에 캘거리의 거리와 건물, 시장과 레스토랑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려보면 익숙한 장소도 전혀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주인공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장면을 다시 그려보는 것 자체가 특별한 여행이 된다.
드라마를 보며 ‘저곳은 어디일까?’ 궁금했다면, 이제 그 장소들을 하나씩 만나볼 차례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 속 캘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드라마의 장면을 따라 도시 곳곳의 촬영지와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로히드 하우스 : 드라마 속 호텔로 등장한 역사적인 저택
드라마에서 주호진과 차무희 일행이 머무는 우아한 숙소는 실제로 로히드 하우스(Lougheed House)다. 화면 속에서는 고급 호텔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19세기 말에 지어진 역사적인 저택이다.
로히드 하우스는 1891년 약 3에이커 규모의 정원과 함께 건립됐다. 캘거리 초기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역사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2005년 복원 공사를 통해 옛 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았으며, 현재도 원래 자리에 보존된 캘거리의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저택은 캐나다의 변호사이자 정치인, 사업가였던 제임스 알렉산더 로히드 경과 그의 가족을 위해 지어졌다. 웅장한 외관과 우아하게 장식된 내부 공간이 특히 인상적이다.
드라마는 로히드 하우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 이곳을 주인공들이 머무는 고급 호텔로 재탄생시켰다. 방송 이후 실제로 숙박이 가능한지 묻는 시청자가 생길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로히드 하우스는 호텔이 아니라 역사 유적지이자 문화 공간으로 운영된다.
방문객은 저택 내부를 둘러보며 건물의 역사와 당시 캘거리 상류층의 생활상을 알아볼 수 있고, 아름다운 정원과 건축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Lougheed House (Tourism Calgary / Colin Way)
크로스로드 마켓: 두 주인공이 시장을 둘러본 곳
크로스로드 마켓(Crossroads Market)은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캘거리의 대표적인 주말 시장이다.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일상을 가까이 느껴보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하다.
주호진과 차무희가 이른 아침 시장을 둘러보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화면만 보면 시장이 새벽부터 문을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다. 잘 꾸며진 관광지와 달리 현지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어, 드라마 속 캘거리를 경험하기에 좋은 장소다.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야외 과일·채소 가판대를 둘러보는 모습이 주로 등장하지만, 시장 안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아침 식사나 가벼운 한 끼를 즐기기에 좋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장난감, 책, 음반, 액세서리, 공예품과 수집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을 천천히 둘러보자. 시장을 거닐다 보면 뜻밖의 보물이나 흥미로운 작은 가게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갤럭시 다이너 : 두 주인공이 아침 식사를 한 곳
레트로 감성을 좋아한다면 갤럭시 다이너(Galaxie Diner)를 놓치지 말자. 주호진과 차무희가 크로스로드 마켓을 둘러본 뒤 아침 식사를 하는 장면에 등장한 곳이다.
캘거리에서 보내는 두 사람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한 이 오랜 로컬 맛집은 드라마 방영 후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레트로풍 인테리어와 빈티지 장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픈 키친에서는 음식이 조리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
브런치 메뉴로는 푸짐한 감자와 달걀을 곁들인 몬트리올식 훈제 고기를 추천한다. 양이 넉넉해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하기 전 든든한 아침 식사를 즐기기에 좋다. 특히 주말에는 붐빌 수 있으므로 개점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편이 좋다.
드라마에 나온 바로 그곳에서 식사하며 캘거리의 소박한 일상을 맛보는 경험은 팬들에게 작품 속 이야기를 현실로 이어주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현지인 추천 팁
커피는 계속 리필되고, 토스트와 해시브라운도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헤리티지 파크 : 두 사람의 ‘로맨틱 트립’이 촬영된 곳
헤리티지 파크(Heritage Park)는 드라마 속 동화 같은 분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캘거리의 명소다. 히로와 차무희가 처음 만나는 장소이자,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며 ‘로맨틱 트립’ 촬영을 시작하는 배경으로 등장한다.
극 중에서 히로는 베이커 파크에서 자전거를 타고 차무희는 달리다가, 다음 장면에서 두 사람이 헤리티지 파크에 나타난다. 캘거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두 장소가 같은 공원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곳에서 촬영한 장면을 편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오래된 거리와 서부 개척 시대의 풍경을 간직한 헤리티지 파크는 현대적인 캘거리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캘거리 남서쪽 글렌모어 저수지 옆에 자리한 헤리티지 파크는 단순한 테마파크가 아니다. 186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서부 캐나다의 생활상을 재현한 살아 있는 역사 박물관이다. 1964년 문을 연 이후 캘거리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방문객은 당시의 건물과 거리, 사람들의 일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공원 안에는 역사적인 거리와 건물, 상점이 실제 마을처럼 펼쳐진다. 시대 의상을 입은 해설사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관람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지인 추천 팁
헤리티지 파크를 방문한다면 공원을 순환하는 증기기관차와 글렌모어 저수지를 운항하는 S.S. Moyie 크루즈를 꼭 타보자. 두 체험 모두 일반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Heritage Park (Credit: Tourism Calgary/Colin Way)
크레센트 하이츠와 마운트 플레전트(로터리 파크) 전망대 : 두 주인공이 캘거리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본 곳
캘거리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크레센트 하이츠 전망대(Crescent Heights Lookout)와 마운트 플레전트 전망대(Mount Pleasant Viewpoint)를 찾아가 보자. 두 곳 모두 다운타운을 조망하기 좋으며,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가며 도시의 풍경을 즐기기에 알맞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에서 크레센트 하이츠 전망대는 차무희와 히로가 캘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해 질 무렵의 다운타운 스카이라인과 보우강이 두 사람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특히 인상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크레센트 하이츠는 보우강 너머로 다운타운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캘거리의 대표 전망 명소다. 맑은 날에는 도시 뒤편으로 솟은 로키산맥까지 보여 캘거리의 상징적인 스카이라인을 사진에 담기에 좋다. 낮에는 탁 트인 도시 풍경을, 해 질 무렵에는 다운타운 위로 붉게 물드는 하늘을 감상하며 또 다른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로터리 파크에 있는 마운트 플레전트 전망대는 주인공들이 캘거리의 야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 등장한다. 공원을 산책하며 전망을 즐기고, 센터 스트리트 다리에 있던 원래의 사자상 가운데 하나도 만나볼 수 있다. 드라마 팬이라면 주인공들이 바라본 것과 비슷한 구도를 찾아 화면 속 풍경과 실제 도시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캘거리 여행 중이라면 저녁 식사 후 두 전망대를 산책하며 노을과 야경을 감상해보자. 유명 관광지의 북적임에서 벗어나 캘거리의 조용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Crescent Heights (Credit: Tourism Calgary/James Young)
센터 스트리트 다리 : 히로가 조깅한 곳
드라마 속 캘거리의 도시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면 센터 스트리트 다리(Centre Street Bridge)가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히로가 조깅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보우강을 가로지르는 센터 스트리트 다리는 캘거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다. 다리 위에서는 다운타운 스카이라인과 강변 산책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1916년에 완공된 이 다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캘거리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하고 있다. 다리 양쪽 끝의 사자상은 특히 눈에 띄며, 캘거리의 강인함과 정직함, 독립적인 정신을 상징하는 친숙한 도시의 아이콘이 됐다.
스티븐 애비뉴 : 두 주인공이 건축물을 감상한 거리
캘거리 다운타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스티븐 애비뉴(Stephen Avenue)를 걸어보자.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보행자 거리를 걸으며 현지인들과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역사적인 건물과 레스토랑, 상점이 늘어선 이 거리에서는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조화를 이룬다.
캘거리 다운타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 인기 거리는 낮 시간 동안 대부분의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가 거리까지 넓어지고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버스커와 라이브 공연도 거리의 생동감을 더한다.
드라마 촬영지를 따라가는 팬이라면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화면에 등장한 갤러리아의 나무 조형물과 옛 허드슨 베이 백화점 건물 앞의 아치형 포르티코 등을 찾아보자. 촬영지를 둘러본 뒤 수많은 레스토랑이나 펍 중 한 곳에 들르면, 드라마 속 캘거리뿐 아니라 현지인이 즐기는 다운타운의 분위기까지 경험할 수 있다.
더 넥스트 페이지 : 주호진이 책을 산 서점
캘거리 촬영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잉글우드(Inglewood)에 닿는다. 캘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잉글우드는 역사적인 건물과 개성 있는 로컬 상점,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곳으로 천천히 걸으며 탐방하기 좋은 동네이다.
잉글우드를 걷다 보면 주호진이 책을 사기 위해 들른 서점, 더 넥스트 페이지(The Next Page)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에는 그가 1층에서 책을 둘러보는 모습만 나오지만, 서점 안에는 카페가 있고 지하층에는 중고책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드라마 팬에게는 화면 속 장소를 직접 찾아보는 즐거움을, 캘거리를 처음 방문한 여행객에게는 현지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동네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가되 서두르지 말자. 잉글우드의 거리와 상점을 함께 둘러보다 보면 캘거리의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드라마와 함께 떠나는 캘거리 여행
캘거리에 사는 사람으로서 도시의 일상과 명소가 〈이 사랑 통역되나요?〉를 통해 소개되는 모습이 무척 반갑다. 익숙한 거리와 장소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보며 나 역시 캘거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도시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를 재미있게 봤다면 화면 속 캘거리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따라 촬영지를 둘러보는 것에서 시작해, 그 너머에 있는 캘거리의 음식과 문화, 역사,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만나보자.